샴푸의 요정

안녕하세요? 샴푸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어느새 바람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황제의 뮤> 독자 여러분들도 새로운 계절을 잘 맞이하고 계실까요? 즐거운 명절을 앞두고, <황제의 뮤>에 대한 기쁜 소식을 안내 드리려고 합니다. <황제의 뮤>의 1화를 올린 건 작년 10월이었습니다.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장편 완결을 내...

유리바는 이제 막 열차에서 내렸다. 덥고 습한 공기가 몸을 감싸자 가볍게 긴장감이 들어 둥근 짐가방을 고쳐 들며 역을 둘러보았다. 유리바 말고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마중 나온 이도 다른 인적도 없었다. 역에는 한때 휴양지로 이름을 날렸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예를 들면 낡은 환영합니다를 필기체로 적고, 주변에 꽃을 그려 넣은 빛바랜 현수막이라던가 이...

05년 배경, 역키잡

영은 안녕하세요, 하고 형식적인 인사나마 하려고 했지만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놀란 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주원이 희미하게 미소를 보이면서 낮게 말했다. “계속 거기 있으면, 은진이 이상하게 생각할걸.” “…….” 영이 운동화를 벗느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밑바닥이 젖은 신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현관 바닥에는 신문지가 깔끔하게 ...

05년배경, 역키잡

은진은 원래부터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영은 그를 너무 피로하게 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주위를 맴돌았다. 주택에 딸린 작은 정원에 새순이 돋고, 풀들이 자라나고,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 왔다가 사과 열매가 익는 가을이 오고, 다시 눈이 내리는 것처럼 당연한 흐름이었다. 검정고시에 성공한 영은 같은 해 대학에도 합격했다. 대학에 적응하는 건 어렵고, ...

05년배경, 역키잡

둘은 크리스마스를 은진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보냈다. 밤사이 펑펑 내린 눈으로 거리에는 온통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창을 내다본 영이 그 광경에 감탄했다. 오후가 되면서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바뀌었다. 모든 것이 임시일 뿐이었지만 영이 가져온 약간 찌그러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나눠 먹고 같은 침대에서 ‘나 홀로 집에’를 보았다. 그러다가 영화에 나오...

05년배경, 역키잡

“그, 그럴 수는 없어요….” “어째서?” 은진이 벽에 기대며 팔짱을 꼈다. 그가 화났을까 봐 영이 눈치를 보았지만, 특별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영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아버지가 종종 쓰곤 했던 그 말을 기억해냈다. “...폐를 끼치니까….” “그렇지도 않아. 기껏해야 2, 3년 있으면 넌 성인이 될 거고 그동안 같이 사는 건 어려운...